내 생일 그리고 그녀의 기일



생일 날 아침, 적어도 오늘만큼은 혼자 틀어박혀 지내는 생활을 청산하고 밖으로 광합성을 하러 나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아침 나절에 일을 하면서 어서 이 일을 마무리 짓기만을 바라며 하루 낮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알찬 생일날"이라고 뿌듯하게 잠들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리고 일을 시작한지 채 30분이 지났을까, 갑작스러운 속보 자막이 나왔다. 그녀가 죽었다는 속보. 1분 뒤, 속보의 멘트는 조금 바뀌어 있었다. "목을 매어 자살한 듯"으로 바뀌어 있었다.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잘못 봤나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어쨌든 난 일단 일부터 끝내야만 했다. 무엇보다 이 날은 내 생일이었다. 행복하고 밝고 활기차게 보내야만 하는, 내 생일날 아침. 하지만 이미 그 순간부터 생일날의 행복이란 물 건너 가버렸다.

점심 때 즈음 대충 일을 마무리 짓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내가 본 그 속보가 거짓말이 아니라고 한다. 정말 그녀가 죽었다. [황금어장]에 나와 "시청자 여러분, 저 지겨우시죠? 하지만 어떡해요. 저는 계속 계속 나올 거예요. 그러니까 참으셔야 해요. 전 아이들을 위해서 끝까지 열심히 일할 거예요."라고 말하던 걸 또렷히 기억하고 있는데, 자살이라니. 허고 많은 죽음 중에 자살이라니.


그녀의 죽음을 기정 사실로 겨우 받아들이면서 - 아니, 사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 도대체 왜? 라는 물음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나오는 이야기. 자신의 루머를 퍼트린 증권사 여직원을 고소했답니다, 그런데 그 여직원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녀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 "선처해달라"며 집요하게 통화를 시도했답니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 직전 그녀는 한 스포츠 신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해야 할 사람이 어쩜 그리 당당할 수 있느냐"며 통곡을 했답니다, 내일이 우리 아들 운동회인데 거기 가서 사람들을 어떻게 봐야 하냐며 고통스러워 했답니다, 고통스러워 했답니다....

생과 사의 아주 얇은 종잇장 위에서 그녀는 자신을 지탱해주던 아주 가냘픈 보호막과 자존심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마지막 일이, 그녀의 아주 얇디 얇은 종잇장 위에 돌처럼 내려 앉아버렸다. 쿵... 그리고 종이는 찢어졌고 그녀는 무너졌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들을 얼마나 아꼈는지, 아이들을 낳은 것이 자신이 제일 잘한 일이라며 두 아이의 엄마로서 얼마나 억척스레 살려고 애썼는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 그녀가 아이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등졌다. 사람들 중에는 무너져 사라진 그녀의 남겨진 고통에게조차 손가락질을 하며 "아이들은 어떡하라고 그러냐" 원망을 한다.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아이들을 아꼈는지, 역설적으로 그녀가 바로 이 아이들때문에 그 수 많은 고통을 버텨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난 그것이 충동적 자살이든 뭐든 간에 그녀가 죽음 직전까지 느꼈을 고통의 그 조각이 아주 조금은 눈에 밟힐 듯 보인다. 무엇을 하든, 심지어 어려움에 빠진 내 친구를 돕는 일까지도 "알고보면 친구 남편을 죽게 만든 것"이란 말도 안되는 루머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엄마의 인생. 지금은 어려 엄마를 지탱해주고 보호해주는 작고 착한 아이들이지만 커가면서 매번 이런 루머 저런 루머로 휘둘리는 엄마를 보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보며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그 고통. "내일 우리 아들 운동회인데 거기 가서 부모들 얼굴을 어떻게 보냐"며 하소연했다는 그 말에 그러한 모든 상처와 고민과 갈등이.. 바로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고민 그 자체가 담겨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을 남겨놓고 어찌 먼저 가냐고 원망하기 전에, "나 같은 엄마는 없어지는 게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비관적인 절망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고통이.... 아이들 때문에 버텼고 그 아이들이 걱정되어 밤잠 설칠 수 밖에 없었던 한 엄마의 고통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그래서 난 그녀를 원망하고 모질다 욕할 수가 없다. 도무지 그럴 수가 없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세상.
하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데 사람들의 헛소문이란 참으로 무서운 법이다. 친구 남편이 죽어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돕고자 손을 내민 사람에게조차 "너 때문에 친구 남편이 자살하게 된 거 맞지?"라며 소문을 들이댄다. 연기를 피워댄다. 거기에 맨 정신으로 버티며 상처받지 않을, 담대하게 지나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친구가 모든 재산을 잃고 남편을 잃고 시댁에서 비난 받고 그리고 그것이 너무 안타까워 옆에서 도와주려 애를 썼건만, 애를 써준 것이 도리어 "죄인" 취급 당하니 제 정신으로 "그래, 이게 유명인의 숙명이니까 그냥 참고 넘어가자"라고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주식 시장의 돈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여러 활동에 "약간의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증권가 X-파일>이 생사람을 잡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과연 그들은 그러한 소문을 만들고 또 모아서 사람들에게 퍼트리는데 최소한의 죄의식조차 있기나 한 것일까. 노현정이 이혼했답니다, 어? 둘이서 잘 다니고 잘 살고 있네요. 뭐, 아님 말고. 아, 배용준과 이나영이 결혼한답니다. 어? 이나영이 아니라고 확실히 밝혔다네요. 뭐, 아님 말고. 아 글쎄, 나훈아가 김모 여배우랑 야쿠자 일에 말려들어서 그게 잘렸다네요. 어? 나훈아가 인터뷰를 자청해서는 아니라고 그러네요? 칫, 아님 말고.

아님 말고.
사람이야 죽든 말든, 그냥 소문이니까 아님 말고.


나훈아 사건이 터졌을 때 그가 말했다.

"저야 이미 버린 몸이니까 여기 오신 기자분들, 쓰고 싶은대로 맘껏 쓰십시오. 단, 제 소문에 같이 휘말린 김**, 김** 배우.. 이 두 여배우의 억울한 누명, 이것만은 벗겨주십시오. 제발 부탁합니다. 이 두 배우에 대한 소문, 꼭 정정해주십시오. 저에 대해선 뭐 맘대로 쓰셔도 이제 상관없습니다. 전 이미 펜대에 죽었습니다. 하지만 억울한 두 후배님들, 두 사람의 누명은 꼭 벗겨주십시오."

한국 최고의 전설적 가수가 단상 위에 올라가 그렇게 단호하게 결백을 외치며, 쓰레기 언론에 분노를 쏟아내며 <증권가 X-파일>의 끔찍한 소문에 대해 그렇게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X-파일> 2탄이란 게 등장했다. 사람 죽이라고 말이다.

거기엔 고인이 된 그녀가 사채를 이용해 친구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얼토당토 않은 소문이 "이거 그냥 소문이야. 아님 말고" 식으로 적혀 있었다. 고소를 당한 여성은 그 소문을 인터넷에 올렸고 당연히 모든 건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삽시간에 진짜처럼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녀를 결국 생과 사의 종잇장에서 죽음의 문턱으로 떨어지게 만든 전화에서 그 여성은 "난 그냥 글을 올린 것 뿐"이라며 자기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죽은 그녀에게 말했단다. 그것이 선처를 호소하는 것인가? 정말 용서를 구하는 것인가? 집요한 전화 통화 시도, 그리고 그 끝에는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아냈는지 모르겠다"며 크게 충격을 받은 고인, 전화 통화에서 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 있냐며 더욱 큰 상처를 받은 고인.

고소를 당한 여성이 "나만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래, 아예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난 소문을 들었고 그걸 정리해서 가십으로 그냥 사람들한테 말해준 것 뿐이에요, 왜 저한테만 뭐라고 해요... 그래. 소문을 맨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 있을테고 그걸 <X-파일> 2탄으로 정리한 누군가가 있을테고 그걸 건네받아 그냥 재미로 떠들어댄 그녀가 있을 뿐이겠지. 그리고 그녀에게 동조한 수 많은 사람들도 있을 뿐이겠지.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선처 호소가 아냐, 핑계이고 강변일 뿐이지. 상처받아 만신창이가 된 사람에게 "난 한 대 때리라고 소리친 것 뿐이고 때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인데 왜 소리친 나한테만 그래?"라고 말하면... 이미 너무 맞아 죽음 일보직전에 내 몰린 사람이 그럼 뭐라고 해야 하나? 아.. 그렇군요, 당신은 날 때리라고 소리친 죄 밖에 없군요. 어머, 본보기 삼아서 미안해요. 용서해줄게요. 근데 어쩌죠? 나 정말 이젠 살 희망이 없어요... 살 기운이 없어요. 너무 맞아서. 그래도 용서해줘야 하나요? 마지막 가는 길에 아량으로..?


언젠가 방송에서 증권가 X-파일이란 게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추적 보도한 적이 있었다. 증권가란 곳이 워낙 소문에 민감한 시장인지라 연예계, 정/재계의 각종 소문을 취합하여 모은 뒤 그걸 소책자 혹은 파일로 만들어 서로 공유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단다. 그 파일 속에는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을지도 모를, 당사자가 알면 정말 거품 물고 쓰러질만한 소문부터 꽤 신빙성 있는 것처럼 '포장'된 소문까지 모두 속속 들이 담아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증권가 사람들에게 배포되고 공유되는데, 정작 증권가 사람들은 그 소문의 진위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야, 뭐 그런 소문이 있다더라" 하는 카터라 통신 수준에서 소화하고 버리는 것이었단다. 써먹을 수 있을만한 소문은 써먹고 이게 말이 돼? 라는 건 버려버리는 그런 것. 하지만 맨 처음 X-파일 1탄이 세상에 유출되었을 때 증권가에서 통용되던 그것의 무게감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대중은 그 내용을 그대로 "믿어버린 것"이다.
증권가의 소문과 정보 수집력은 막강하다는 "믿음"과 함께.
아마 그 믿음의 바탕에는 나름 엘리트 집단이라는 증권가에 대한 막연한 생각과 "돈과 얽혀 있는 것들인데 설마 말도 안되는 소문이겠어?"라는 나름의 신빙성 부여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헌데 어쩌나. 100번 양보해도 그 동네의 소문은 소문에서 시작해서 소문으로 끝나는 게 비일비재다. 그냥 소문일 뿐이다. 그러니 요즘과 같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는 정도가 아니라 "대형 화재"가 일어나는 판국에는 더더욱 사사로운 소문에 대해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타인의 인생에 너무도 관심이 많은 대중은 그게 사실이다 아니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저 궁금하고 공유하고 함께 욕하고 수근대는데서 쾌감을 느낄 뿐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쾌감 때문에 나훈아가 그렇게 엄청난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2탄이란 게 등장했고, 한 국민배우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녀가 죽은 날.

난 아직도 그 역겨운 상황을 또렷이 기억한다.
B모 게시판에 들어가 추모의 글을 읽던 중 "허걱, 죽다니.. 하긴 사채 이야기보다 더 엄청난 루머를 알긴 하지만.. 그건 아니겠죠"라는 어느 댓글과 그 밑으로 줄줄 달리던 "더 큰 루머가 뭐죠? 쪽지로 알려주세요"라는 댓글들을 보며 저 깊은 위장에서 쓴 물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루머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더 큰 루머 운운하는 댓글과 그 루머를 알려달라는, 쪽지로라도 알려달라는 또 다른 댓글들이라니. 거긴 네이버도 다음도 아닌 그냥 조금 마초스럽지만 나름 정상적인 커뮤니티일 뿐인 곳이었는데 그 곳에서조차 사람이 죽은 걸 두고서도 그 따위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죽은 날 말이다.

그러니 살아 생전의 그녀에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다.
유명인이니 잘근잘근 씹히고 오해받고 소문에 휩쓸리고 가볍게 땅꽁 까먹히듯 그렇게 살아도 받아들여.
친구 남편 죽게 만들었다는 것도 그냥 "소문"일 뿐이니 받아들이고, 니 애들이 어미 때문에 고통받을까 전전 긍긍하는 상황도 그냥 받아들여. 그게 니 업인데 어쩌겠어. 너 어차피 독하잖아. 아무리 치고 때리고 욕해도 니 애들 때문이라도 지겹도록 TV에 나올 거라고 공언했었잖아. 너, 전 남편이랑 이혼하면서 바닥까지 다 보여줬잖아. 쇼맨쉽의 끝을 보여줬잖아. 고통? 그딴 거 너만 겪는 거 아니니까 그냥 받아들여. 그리고 나 너한테 이러는 거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 나만 그러는 것도 아닌데 뭘. 나만 그러는 거 아니잖아. 모두들 그래. 넌 독한년이고 욕먹어도 싸고 분명 뒤가 구린 그렇고 그런 인간이라고.

사람이 죽었는데도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뿐이랴. 사람이 죽었는데도 장례식장을 '엔터테인먼트의 장'으로 착각한 그 개떼들(기자들)은 친구의 죽음으로 제 정신이 아닌 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지금 어떤 심정이냐고 캐묻는다. 우리보다 더 개떼스러운 저 쌀나라, 그리고 옐로우 저널리즘이 도를 넘어선지 오래인 유럽에서조차 고인을 둘러싼 장례의 모든 것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에서 행해지건만, 우리의 개떼들은 한민족 근성(?)을 보여주려는지 아님 그냥 쓰레기인건지 그저 미쳐 날뛸 뿐이다. 국민의 알 권리? 니들이 밥 벌어먹을 권리겠지. 이 개밥도 주기 아까운 녀석들아.
그 아수라장의 장례식 풍경을 보며 몇해 전에 사망한 일본의 국민 코메디언 이카리야 쵸스케의 장례식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때에 따라선 우리 못지 않은 개떼 저널리즘을 보여주는 일본이지만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일반 시민 추모객을 받는 자리를 취재하고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코멘트를 본인 동의하에 정중하게 담아내고, 장례식 과정과 찾아오는 톱 스타 행렬을 먼 발치에 떨어져서 방해되지 않게 취재하던 그 때의 일을. 쵸스케의 아들과 부둥켜 안고 울고있는 톱스타 오다 유지의 뒷 모습을 멀리서 잡은, 그저 멀리서 잡은 사진 한 장. 충격을 받아 너무 오열한 나머지 차마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던 후카츠 에리의 모습은 단 한 장도 "무리하게 촬영한 사진" 없이 그저 기사 한 줄로 적혀내려갔던 것. 그런 최소한의 지켜야할 룰을 지키는 언론. 

하지만 우린 어떠했나.
남편이 죽어 울다 쓰러진 정선희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들어갈 때 기자들이 빙 둘러서서 그녀의 머리 위에서 소리 소리를 지른다. 결국 누군가 실신 상태인 정선희를 덮고 있던 천을 들어 올려 그 얼굴을 모두들 찍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친구의 자살로 제대로 서 있을 수 조차 없는 이영자의 얼굴 코앞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 사다리에 마이크에 동원할 수 있는 건 모두 총동원 한다. 당사자의 슬픔 따윈 개의치 않는다. 우린 찍어서 이 흥미로운 소식을 알려줘야한다. 알 권리? 그건 그냥 말일 뿐이고, 제대로 찍어서 내보내지 않으면 나 우리 상사한테 쿠사리 먹거든. 포토라인 그 딴 것 있으나 마나. 죽어 울부짖는 사람이 나올 수록 더 그림이 된다. 울어, 더 울어. 기절이라도 하면 더 좋지. 정선희의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던, 그리고 얼마 뒤 고인이 되어버린 그녀가 당시에 너무 큰 충격으로 병원을 나서다 풀썩! 바닥에 주저 앉았던 그 모습... 그 모습을 찍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오던 카메라와 기자들이 불현듯 떠오른다. 


누군가 소문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걸 정리하고 누군가는 그걸 세상에 알리고 누군가는 그걸 진실이라고 믿으며 공론화시키고 누군가는 그 공론화되어버린 소문을 "이게 사실인가?"라며 언론의 알 권리 운운하며 기사화 해버리고 그럼 그 소문은 정말 진짜가 되어버리고 그럼... 누군가는 있지도 않은 일에 만신창이가 되어 죽는다. 그리고 죽어서도 개떼들에게 쫓겨 주위 사람들은 고통받는다.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기자도 악플러도 하다못해 소문에 솔깃했던, 하지만 "난 선량하다고 믿는" 네티즌도.. 사실은 다 공범자.



나훈아가 단상 위에 올라가 "난 이미 버린 몸"이라며 분노를 토해내도, 아이를 그렇게 끔찍히 아꼈던 그녀가 아이를 남겨둔 채 죽음이란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또 소문을 모아 X-파일 3탄이란 걸 만들어내겠지. 그럼 누군가는 또 그걸 "그냥 소문일 뿐, 아님 말고"라고 말하며 또 인터넷이니 주위 사람들이니 하며 떠들테고, 그럼 그걸 들은 누군가는 또 그걸 공론화 시키고... 진실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악순환의 고리는 영원히 반복된다.

거기에 이젠 정치권에서조차 죽음을 이용해먹으려고 하니 이건 거의 악순환의 연결 고리에 추잡한 똥칠까지 더해진 셈.



우리가 뭔 죄야, 네티즌이 뭔 죄야 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생각해봐야 된다.
우리가 얼마나 무책임한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얼마나 가볍게 타인의 인생을 다루고 있는지.

사실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냥 모른 척 하는 게 아닌가.
우리도 작든 크든 공범자라는 걸.




.....



생일 날 하루 종일 머리가 어질해서 행복한 하루 같은 건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나의 생일이 그녀의 기일이 되어버렸다.
영원히 이 날을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만우절이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진 그의 기일이 되었듯이,
내 생일은 여배우 "최진실"의 기일이 되었다.




난 당신에게 어떠한 원망도 비난도 하지 않을테니,
그 죽음에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테니...
제발 그 곳에서는 평안해지길 바래요.

당신의 수많은 작품을 만나 지난 세월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by wineapple | 2008/10/05 01:07 | 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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